[이투데이 안성찬 골프대 기자]
◆‘골프=접대(?)’
김영란법 9월 시행을 앞두고 골프업계에 이목이 집중돼 있다. 김영란법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제안자의 이름을 따 부르는 말이다. 공직자들의 비리를 막기 위해 만든 법이다.
재미난 사실은 내달 28일 시행을 앞두고 일부 기업들이 송년회도 앞당겨서 하자고 한다. 선물도 미리 미리 보내고.
어쨌든 심리적인 요인으로 요식업계 및 각종 서비스업, 농축산분야가 위축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행을 앞두고 골프업계도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8월 골프장 주말예약이 비어 있다느니, 9월에 주말 예약을 미리 취소했다는 말이 들린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게 골프장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8월은 폭염으로, 9월은 추석이 껴서 조금 영향이 있을 뿐 아직은 겉으로 드러난 게 없다는 얘기다.
일부 골프관계자들은 골프장 회원권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성급한 진단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그간의 회원권 과잉공급의 문제로 인한 발생한 문제일 뿐 김영란법과는 무관하다는 게 중론이다. 오히려 고가의 무기명 회원권은 매도 주문이 많고, 상승분위기라는 것이 회원권업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다만, 회원권이 한동안 투자가치가 있었다면, 이런 거품이 빠지고 실질적으로 이용하려는 회원권이 가진 본연의 가치를 바탕으로 한 자리매김을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골프는 이번 브라질 리우올림픽에서 112년 만에 정식종목으로 부활했다. 대중적인 스포츠로 봐도 크게 무리가 없다.
또한 20여년 간 국제무대에서의 한국선수들의 뛰어난 활약과 과학기술의 융합체인 초정밀 스크린골프의 보급으로 골프는 대중 스포츠로 손색이 없다. 주위를 둘러보면 필드에는 나기지 않지만 스크린골프장에서 싱글을 치는 숨은 고수들도 있는 만큼 골프는 우리에게 항상 관심이 가는 놀이이자 운동이다.
그런데 여전히 ‘골프= 접대’ 라는 좋지 않은 인식이 깔려 있다. 이는 골프, 그 자체가 싫거나 미운 것이 아니라 그것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가진 것’에 대한 불만일 수 있다. 상대적 박탈감 같은 것이다. 그러면서도 기회가 되면 반드시 골프를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삼삼오오 모이다보면 골프를 하지 않는 동료들도 골프이야기에 동참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공직자가 어떤 형태든 직무와 관련해 접대를 받는 것은 당연히 법에 어긋난다. 그것은 김영란법 시행전과 후에 구제척인 금액을 명시한 것과 아닌 것의 차이일 뿐 본질은 변함이 없다.
국내 정규 골프장을 찾은 골퍼는 2004년 1500만명을 돌파했고, 지난해 3300만 명을 넘어섰다. 이중 공직자가 접대를 받는 경우가 몇 퍼센트나 될지 궁금하다.
골프 대중화로 골프장 입장객 연간 4000만명을 앞둔 현재 골프 업계에선 오히려 김영란법을 계기로 ‘골프=접대’라는 안 좋은 꼬리표를 떼어버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골프는 스포츠다. 공무원도 즐길 권리가 있다. 공무원들도 자신이 그린피 내고 치면 된다. 공무원이 산에 가거나 산악 자건거를 즐기거나 하면 누구도 말을 하지 않는다. 묘하게도 골프를 하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게 우리사회다.
일본은 일찌감치 각자 내는 것이 자리 잡았다. 골프장에서도 4명이 오면 프론트에서 4명이 따로 영수증을 발행하고, 클럽하우스 레스토랑에서도 4명에게 각자 계산서를 올린다. 더치페이 문화가 정착된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정서상 정(情)문화에 이끌려 서로 내려고 한다. 혹은 좀더 여유 있는 사람이 지불하려고 한다. 아니면, 초대한 사람이 모든 것을 하려고 한다.
골퍼들도 ‘내 돈 내고 내가 치면’ 그게 더 마음이 편할는지 모른다. 그래야 공무원도 골프를 하는데 불편함이 없을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현재 김영란법 직종별 매뉴얼을 펴내는 등 현장에서의 혼선을 최소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직종별 매뉴얼은 공무원과 공직자, 학교 교원, 언론인 등의 적용대상을 3가지 또는 4가지 직종으로 분류해 이달 말쯤에 발간될 예정이다.
첫 술에 배부를 리 있겠는가. 처음에야 이런 저런 문제가 많겠지만. 잘 보완하고 시간이 흐르다보면 긍정적인 효과가 적지 않아 자리를 제대로 잡는다면 보다 투명한 사회로 가는 첫걸음이 되지 않을까 싶다. (동부회원권거래소(www.dbm-market.co.kr ) 대표이사)